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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공감

우리동네 카페 사장님이 남기고 간 편지

여느때와 다름없었던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 그동안 묵혀왔던 때를 벗기러 동네 목욕탕을 찾았다. 굵은 국수면발과 같은 때를 실컷 밀고 목욕탕을 나서 배가 출출해져서 목욕탕 옆에 있는 오뎅을 파는 카페 '호떡아찌의 카페' 에서 오뎅이나 몇개 주워먹으려 했는데 오뎅좌판은 천막으로 덮여 있고 카페의 문은 굳게 잠겨져 있었다. 오뎅 대신 카페사장님이 써놓은 편지를 읽고 발걸음을 집으로 돌렸다. 



저희 카페를 찾아주셨던 모든 고객님들께......

미흡한 기술로 팥빙수와 호떡을 만들어온 카페 운영자 

인사 올립니다.

저희 카페는 7월부터 지금까지 제주도민을 비롯한 전국민이 찾아주셨던 공간입니다

아니, 일본인, 홍콩인, 베트남인, 중국인, 일본인, 캐나다인, 미국인, 싱가포르인, 러시아인,

미국인 등 다수의 외국인들도 방문해 주었지요..

저는 카페를 운영하며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웠습니다.

사과, 배, 포도, 감, 거봉, 귤 등 각종 과일들과 밥도 못 챙겨먹고 장사하는것 같아

생각이나서 사들고 오신, 싸들고 오신 김밥, 초밥......

김장하셨다고 한번 먹어보라며 주셨던 김장김치들......

아이들 나누어 주라며 사들고 온 사탕들...... 여러 간식거리들 ......

저희 카페는 제가 일만 했을 뿐, 모든 고객님들의 가게였고, 카페였습니다.

가게 앞을 지나칠 때에도 그냥 지나치지 않으시고, 반가운 인사와 따뜻한 격려와

힘찬 응원 덕분에 힘들다는 생각없이 너무도 즐겁게 일 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이제 저는 새로운 도전과 목표를 위해 카페 문을 닫으려고 합니다.

카페 문을 열었을때 좋아하는 사람들도 계셨지만, 소수 주민들께서는 불편함을

느꼈을 줄로 압니다.

젊은 날에 장사한번 해 보겠다고 겁없이 덤볐던 청년이었다고 생각해 주시고,

널리 양해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저희 카페를 이용해주신 모든 고객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허리 숙어 인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P.S. 성지초등학생들, 진중학생들, 태권도장 관원들아~

      아저씨가 끝까지 너희들의 간식꺼리를 책임져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밥 거르지 말고, 밥도 잘먹고, 간식도 잘 챙겨먹고, 몸도 마음도 튼튼히 자라서 

      대한민국의 큰 일꾼이 되길 아저씨는 간절히 바란다.


 2015년 1월 31일 -호떡아찌 올림-












비록 뜨끈한 오뎅국물은 마실 수 없었지만, 더 뜨끈한 호떡아찌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나가며 호떡아찌의 편지를 읽은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호떡아찌~ 어디서나 무엇을 하든지 그 따뜻한 마음간직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