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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공감

소중한 가치

6/21 목요일 겪은 일들입니다.

 운동한 후 자전거를타고 집에 오는길에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옵니다.전화의 내용은 할머니께서 위독하시다는 것이었습니다. 걱정스런 마음에 페달을 더 빨리 저어 집에 돌아왔는데 부모님은 외출하고 계셨고, 부모님이 외출하고 오신 후 할머니댁에 온 식구가 함께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부모님이 오실때까지는 시간이 남아서 그 틈을 이용해 저는 아는 형님이 자신이 안 읽는 책들을 주신다고 하여 그것을 받으러 갔습니다. 길을 헤매어서 형님을 몇십분이나 기다리게 했는데도 형님은 괜찮다고 하시며 책을 한보따리 주십니다. 형님께서 가지고 온 쇼핑백 안에는 지금은 구할 수 없는 귀한 책들이 많이 담겨져 있습니다. 아끼는 책들을 남한테 이렇게 선뜻 주기가 힘들텐데.... 비록(?) 손때가 많이 타고, 고문서에 가까울만큼 낡은 책들이었지만 형님의 동생을 아끼는 마음때문에 세상 그 어떤 책들보다 값지게 보였습니다.

 집에 온후 얼마뒤에 아랫집 아주머니가 올라오시네요.... 아주머니의 손에는 수도세 고지서와 함께 유리병에 이상한(?)액체가 담겨져 있습니다. 아버지는 기관지가 안 좋으셔서 항상 가래끓는 소리와 기침을 달고 다니시는데, 기관지에 좋은 거라고, 아버지 드려라고 합니다. 아주머니의 이웃사랑이 느껴지는 이상한액체입니다 ㅋㅋㅋ

부모님께서 외출하고 오신 후 저녁에 우리가족은 부랴부랴 거제도에 계신 할머니댁으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할머니는 단순 몸살로써, 위독하시다는 아버지의 말씀은 뻥으로 판명났지만ㅋㅋㅋㅋ 당신의 어머니를 생각하고 곤경하는 마음이 아버지의 자식으로써 너무나도 자랑스럽습니다. 설날 이후로 할머니의 얼굴을 보니 너무나도 좋네요 ㅎㅎㅎ


 우리 할머니는 이모 할머니와 함께 사시는데, 할머댁에 가면 언제나 이웃주민들이 계시십니다.  그날도 아니나 다를까 이모할머니께서 이웃에 사시는 아주머니를 불러 우리가 가지고 간 떡과 수박을 함께 나누시네요. 작은 것이라도 이웃과 나누려는 두 자매의 마음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따뜻합니다. 시간이 흘러 우리가족은 돌아갈 시간이 되었고, 할머니와 이모할머니는 당신의 손주들과 조카손주들의 손에 용돈 한푼 쥐어 주십니다.(이게 웬걸???) 여든이 넘은 노인네들이 무슨 돈이 있다고.... 처음에는 사양했는데, 기여코 할머니들의 포스에 눌려 마지못해 돈을 받습니다.그때 아버지께서 말씀하십니다 "할머니께서 주시건 돈이 아니라 마음이다"라고요.... 아버지의 한마디에 저는 그 돈을 주섬주섬 호주머니에 밀어넣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날 하루, 저는 아는 형님과 아랫집 아주머니와 할머니와 이모할머니, 부모님으로부터 너무나도 소중한 가치를 배웠습니다. 그것의 이름은 '공동체'입니다...점점 더 경쟁을 부축이고 자신의 가진것을 나누는 법을 잊어가고 있는 개인화되어 가는 사회속에서 '공동체'란 이름이 나에게 더욱더 값지게 느껴진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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