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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공감

민중교회를 가다-신학생의 노마드신자 체험기

어제는 부산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민중교회를 방문했다. 처음엔 민중교회란 것을 모르고 찾아 갔지만 담임목사님과 이야기하는 중에 이런 교회를 사람들은 '민중교회'란 이름으로 부른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교회로비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시사IN'이라는 진보성향의 잡지이다. 그 외에도 녹색연합, 주간경향등 을 포함한 잡지들과 그러한 성향의 서적들이 비치되어 있었기에 이 곳이 내가 지금껏 경험했던 교회들과는 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굳이 성향으로 비교하자면 주일에 벙커원에서 공동체모임을 가지는 벙커원교회 정도가 비슷한 것 같다. 


 늦잠을 자버려서 예배시간이 10분정도 지난 시점에서 예배에 참석했는데,  20명 남짓되는 성도들이 듬성듬성 앉아 조용한 분위기에서 피아노반주에 맞추어 찬양을 부르고 기도를 하고 설교를 듣고 있었다. 

 예배의 형식은 일반적인 교회의 모습과는 다르지 않았지만, 인상깊게 느낀 것이 목사님이 설교중에 실명을 이야기하며 정치인들을 풍자하거나 비판하는 말을 한다는 것이었다. 정치인에 대한 이러한 직접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십수년동안 다니던 이전 교회에서는 한번도 들어볼 수 없는 내용이었기에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예배가 끝난 뒤 목사님과 성도들과 식탁위의 교제를 나누었는데, 식사의 퀄리티에 감동할 수 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다니던 모교회에서는 주일에 절대 맛볼 수 없는 맛있는 점심이었다.(교회 식단에 항명하는 의미로 컵라면을 사들고 와서 먹은 적이 있을 정도다;;;) 예수님의 첫번째 기적이 물을 포도주로 바꾼 것이고, 제자들과 마지막으로 시간을 보낸 것이 식탁위의 교제라는 것을 알 수 있듯이 그리스도인에게는 식사를 함께 나누며 성도가 교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 줄 알 수 있다. 물론 식단의 질이 본질은 아니며 전부가 아닐수도 있지만 맛있는 음식으로 식사를 나눈다는 것은 풍성한 교제를 가능케 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적은 교인수, 성도들이 번갈아 가면서 다른 성도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방법이 이러한 맛있는 식사를 준비할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성도가 늘어나면 교회에서는 이러한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기 힘들어 지는 것 같다.


 식사를 하면서 주로 담임 목사님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24년전에 공단지역에서 교회를 만들어 노동자들을 위해서 여러가지 좋은 일들을 해오고 있었기에 사람들이 이 교회를 '민중교회'란 이름으로 불러준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금도 이 교회는 교인들에게 회참여를 많이 강조하고 있으며 헌금이 모아 강정마을, 한진등 투쟁의 현장을 지원하고 있고, 상담소를 만들어 이를 통해서도 노동자들과 노숙자들을 섬긱고 있다고 한다.


 오고가는 대화중에 내가 제일 기억에 남은 말은 "대형교회를 무조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닌데, 민중을 위한 교회를 지향하다 보니까 작은교회가 되더라"라는 목사님의 말씀이었다. 스스로에게, 한국교회에 "성도수를 늘리는 것이 교회의 가장 중요한 일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