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공감/떠난이에 대한 기록

아버지가 떠난뒤에 남는 후회와 그리움....

 최악의 한파가 몰아친 2016년 1월 셋째주, 그 살을 애는듯한 추위를 느껴볼 겨를도 없이 아프게 지났다. 나의 몸은 그 추위를 느낄새가 없었지만 추운날씨와는 별개로 내 마음은 너무나도 추웠다. 이 추위가 시작하는 그 주의 첫머리, 1월17일 일요일...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골방같은 곳에서 말이다.......


 우리 부자는 서로에게 너무나도 서먹서먹했다. 아버지가 말을 걸면 나는 짜증을 내기 일수였고... 그러한 나의 행동은 아버지가 혼자서 사신뒤에도 계속 이어졌다. 아버지가 너무나도 멀리 있었다. 걸어서 이십분 남짓한 거리에 그렇게 서로의 공간속에서 살고 있었지만 나 스스로 아버지에게 느끼는 거리는 20분 거리가 아니라 2만년 거리였다.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혈색소증이라는 희귀병, 그리고 협심증.. 나는 그것이 보이지 않았다. 사촌형이 술자리에서 내가 아버지를 바라보는 시선을 너무나도 정확히 짚어주었다. '너는 니 아버지의 아픈 몸이 보인것이 아니라 술마신 모습만 보인것' 이라고... 그렇다, 맞다. 아버지는 돌아가실때 궁지에 몰린 상태였다. 무능력하고 나약하고, 외롭고 한없이 슬프고 아픈 존재인 내 아버지...궁지에 몰린 아버지의 상황보다 술에 빠져 있는 과거의 아버지 모습이 나의 시야에 먼저 들어왔다.


 다가섰어야 했다. 다른걸 조금 주변부로 제쳐두고서라도 아버지에게 더 다가서고 그를 먼저 돌보았어야 했다. 아버지를 적극적으로 돌보다가 내 인생이 망가질것만 같았다. 나는 내 아버지에게 가장 먼저 달려온 조카보다, 병원에도 같이 데리고 다녔던 제수보다 못한... 못한... 나쁜 놈이었다.

 

왜... 그렇게 스스로를 외톨이로 만드셨을까... 왜 그렇게 .... 그렇게... 그리고 난 왜 그렇게 나의 마음을 아버지로부터 세상 가장 먼곳에 두었을까...... 떠나고 난 뒤에 남는건 후회와 그리움뿐이다. 난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았는데 아버지가 그렇게 싫었을까?


고리타분하고, 고지식하고, 타협할줄 모르고, 대화할 줄 모르고, 술로만 그 속에 맺힌 한을 풀었던 아버지.. 하지만 술로도 그의 한은 풀리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 몸뚱이가 되어버린 아버지.. 그의 피부는 너무나도 차가웠다. 얼음보다 더... 내가 그를 안아드린지가 언제인지... 그의 손을 잡아드린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않는다.......그렇게 아버지는 차가운 얼음이 되셨다... 돌아오지 않은 곳으로 가버린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