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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공감

행복기숙사, 혹시 '불행기숙사'는 아닌지...?


'대학기숙사 확충 및 기숙사비 인하' 는 박근혜 전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로써, 이는 대학/청년들의 주거비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공약이었다. 이 공약에 의해서 생겨난 정책 중 하나가 '행복기숙사'이다. 그런데 과연 정책의 수혜자가 되어야 할 대학생들은 이곳에서 말 그대로 행복한 기숙생활을 하고 있을까? 


▲부경대 부지내에 세워진 부산연합행복기숙사(사진: 부산연합기숙사 홈페이지) 


 '행복기숙사'라는 이름과 달리 이곳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부지기수이다. '혐오시설', '부실시공',  '비싼기숙사비' 행복기숙사를 규정짓고 있는 몇개의 단어들이다. 정책시행초기부터 삐걱했던 행복기숙사, 무엇이 문제이길래 대학생들에게 불행기숙사가 되고있을까? 



  혐오시설이 된 행복기숙사

 '기숙사=혐오시설'  이 등식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대학교 기숙사들이 주민들로부터 혐오시설로 낙인찍혀 있다. 주민들이 대학기숙사를 반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조망권, 치안문제, 환경파괴, 임대업자들 수입성 악화등이 그것이다. 


▲혐오시설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동소문동행복기숙사 조감도(사진:한국사학진흥재단)

                                            


 주민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행복기숙사는 동소문동에 서울의 두번째 연합기숙사로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행복기숙사이다. 주민들이 행복기숙사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 이유는 공사중에 일어나는 문제들(문진, 소음, 안전, 교통불편 등)과 일조권, 치안 문제, 부동산하락등이 그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대학생들에 의한 성폭력에 노출된다는 이유로  인한 반발이 거세다. 주민설명회를 열어 일조권 확보방안과 CCTV확충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주민들의 반대는 여전히 거세다. 


  많은 행복기숙사가 건립추진중에 있다. 동소문동연합행복기숙사에 대한 혐오시설 논란이 잘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건축되는 행복기숙사마다 '혐오'라는 딱지가 씌워질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누가 혐오딱지가 씌워진 거주시설에서 생활하고 싶겠는가? 대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행복기숙사는 지역의 여러대학의 학생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행복연합기숙사'와 사립대학내에 지어지는 '행복공공기숙사'가 있다.




 부실시공, 미완공입주, 안전대책 미흡,, 행복기숙사는 안전한가?


 지난해 4월14일, 일본규슈지방에 일어난 지진으로 부산지역에도 지진의 여파가 감지되었다. 진앙지에서는 규모가 꽤 큰 지진이었지만 멀리 떨어진 부산시민들이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동의대 행복기숙사에 입주한 학생들에게는 아니었다. 경미한 지진여파에 기숙사 건물이 금이 간것이었다. 


동의대행복기숙사는 지진으로 인한 균열 이후 금이 난 부위에 페인트칠을 하는 조치를 취했다(사진: 지잡 '동의대 행복기숙사, 시작은 창대했으나...)


 도대체 어떻게 지었길래 신축건축물에 금이 갈 수있는 것일까? 금이간 건물도 문제였지만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 상황에 대처하는 기숙사측의 대처도 큰 문제였다. 비상문은 막혀 있었고, 밖으로 대피하려는 학생들에게는 "문제없다"라는 말로 기숙사 안에 들어가게 했다. 기숙사관리자들에 대한 안전교육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들은 기숙사가 미완공돼서 학기가 지난지 한참이 지나서야 입주한 고통을 이미 겪은 상태였다. 거기에 부실공사가 의심될만한 건물상태와 학생들의 안전은 뒷전인 관계자들의 행태까지.... 그들이 받았을 고통이 이루 짐작되지 않을 지경이다. 


 동의대 행복기숙사 부실시공/미완공 사태가 일어난지 1년이 지난시점에서 고신대학생들과 한양대학생들이 이와 유사한 일들을 겪었다. 


▲고신대학교 행복기숙사의 문제는 SNS상에서 큰 이슈가 되었다. (사진:페이스북 페이지 'New고신대 대신 전해드립니다')


안전난간이 없는 2층침대, 조립이 되어있지 않은 가구들, 칸막이가 없는 샤워실, 머리도 들 수 없는 터무니 없이 낮은 천장, 탱크용량부족으로 인한 온수부족, 여학생방에 불쑥 나타나는 남자인부들... 고신대학교 행복기숙사는 학생들이 도저히 입주할 수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1년전 동의대 행복기숙사 부실시공 의혹때문에 그 난리가 났는데, 올해 입주가 시작된 고신대행복기숙사는 어떻게  나아진게 전혀 없고 오히려 퇴보한 듯한 느낌까지 드는 것일까? 


 역시 올해 입주를 시작한 한양대학교 에리카 캠퍼스도 비슷한 문제가 터졌다. 천정에서 물이새고있는 기숙사에 학생들을 입주시켜 아무것도 모르고 입주한 학생들이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관련기사: 경기일보  "[단독] "물 새는 대학 기숙사"...공사 중 학생 수용 '원성'" )



행복기숙사의 이러한 비상식적인 행정들은 학생들이 행복기숙사 사업에 대한 불신을 가지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더 비싼 기숙사비, 학생의 거주비부담 완화는 뒷전


 '사회적 약자지원강화', '학생의 거주부담 완화', 한국사학진흥재단 홈페이지에 행복기숙사 사업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다. 홈페이지의 홍보대로 행복기숙사는 사회적약자지원과 학생의 거주부담 완화라는 목적에 부합되게 운영되고 있을까? 적어도 부산의 행복기숙사는 아닌거 같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은 행복기숙사가 공공성 강화에 목적을 두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사진: 한국사학진흥재단 홈페이지)





▲올해 입주를 시작한 부산연합행복기숙사에는 21만원이라는 기숙사비가 책정이 되었다.(사진: 부산연합행복기숙사 홈페이지)


 다양한 대학의 학생들이 거주할 수 있는 행복연합기숙사는 전국에 2개다. 하나는 서울홍제동에 있고 하나는 지방 최초로 올해 부산에 세워졌다. 홍제동행복연합기숙사의 기숙사비는 2인실 기준으로 24만원, 부산행복연합기숙사비는 21만원이다. 부산이 3만원가량 싸다.

 그러나 홍제동행복연합기숙사는 대부분 대학들이 학생 1인당 5만원의 지원금을 부담해주기 때문에 대다수의 학생들이 실직적으로 19만원에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서울의 집값은 부산보다 비싸다. 따라서 자취나 민자기숙사를 이용하는 대학생들의 주거비용도 부산보다 서울이 더 높을 것이다. 그러나 기숙사비는 오히려 부산이 2만원가량 비싸다. 

(관련기사: 한겨레 '이런 대학 기숙사 보셨나요?'')




 기숙사비의 불합리성은 연합기숙사 뿐만이 아니라 공공기숙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최근에 입주를 시작한 고신대학교의 행복기숙사비는 오히려 기존의 기숙사와 주변 자취방보다 비싸다



고신대학교 행복기숙사는 기존의 기숙사비보다 50%가량 비싸다(2인실기준). 장애인실도 일반실보다 비싼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고신대행복기숙사비 속에서 '공공성'을 찾아보기는 힘들다(자료: 고신대학교)


 사회적약자 지원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장애인실이 일반실보다 비싸게 책정된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장애인실을 이용하는 학생들에게는 '생활안정장학금'이름으로 감면이 많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책정된 기숙사비가 너무 비싸서 감면 이후에도 장애인실은 2인실보다는 20만원, 4인실 보다는 70만원가량 비싸다


 고신대행복기숙사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기존기숙사와 비용의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한 질문에 "시설의 차이가 있는데 기존의 기숙사보다 비싼건 당연한거 아니냐, 신축아파트가 오래된 아파트보다 비싼것과 같은 이치이다" 라는 답변을 했다. 행복기숙사가 이윤을 남기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는 걸 기억할때 이 답변의 논리는 쉽사리 납득하기 힘들다. '장애인실이 일반실보다 비싼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며칠째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관계자의 이 답변 속에 행복기숙사의 '운영철학'이 녹아있다는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