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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공감/노동자일기

5인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국민이 아닌가요?

30살의 나이에 취업하기 어려운 과(종교관련)를 어렵게 졸업하고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자그마한 공장에 취업을 했습니다


이런걸 만드는 회사다


이렇다할 스펙도 없었을 뿐더러 학자금대출에 대한 압박과 '경쟁'이라는 것에 대한 매우 큰 반감이 있었기에 쉽게 취업할 수있는 곳에 들어갔습니다

'작은 곳에서 욕심버리고 일하면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겠지'라는 생각은 일한지 1년이 지나면서 산산히 깨졌습니다.

우리회사의 1년 매출은 약 10억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4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죠(사장아들 포함)

사장은 집에 외제차만 세대를 끌고다니고 70평의 고급아파트에 살고 있고 매주 취미생활로 골프를 치러다닙니다.

그에 비해서 직원들에 대한 대우는 형편없습니다. 10년 가까이 일한 직원도 월급은 조금밖에 오르지 않고, 복지혜택이라고 말할 수있는건 전혀없습니다.

사장은 일은 거의 안하고 작업지시만 내리면서 직원들을 갈구기만 하고 사장아들은 저보다 일은 훨씬적게 하면서 월급은 몇십만원이나 더 가져갑니다.

거기에다가 출근도 하지 않는 자기 아내와 딸까지 직원으로 등록시켜놓고 각각 5천만원의 연봉을 가져갑니다.

아마 세금절세의 목적으로 그렇게 하는거겠죠(절세보다는 탈세에 가깝다고 할 수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는 너무 어렵다, 그래서 월급을 조금밖에 못 올려준다"라며 생색은 얼마나 내는지요...
(그러면서 자신은 이번에 또 다른 외제차로 차를 바꿨습니다.)

조그마한 회사에서 느끼는 상대적 발탈감, 이루 말할 수없었습니다.

부당함을 어딘가에 호소해보고 고칠 수있는지 알아보려고 인터넷에서 근로기준법과 관련해서 이것저것 검색해보았습니다.

하지만 5인미만 사업장에서 근로기준법은 철저하게 고용주의 편이더군요....

첫째, 법정근로 시간 및 연장, 야간,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에 관한 조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근로기준법에서 법정근로시간은 1주 40시간, 하루 8시간입니다. 이것이 5인 미만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연장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시에 적용되는 50%조항도 적용도히지 않구요. 빨간날에 일해도, 일요일에 일해도, 하루에 15시간씩 일을 시켜도 상관없고, 똑같은 시급을 적용해서 주면 됩니다.

둘째, 해고 제한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고용주가 원할때 언제든 자를 수있다는 말이죠

셋째, 연차,유급휴가 조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부당함을 시정해보고자 노조를 만들어서 교섭권을 가져보려고 했습니다.
민주노총 상담소에 문의를 해봤죠... 그런데 5인미만 사업장의 노조활동은 실제적으로 힘들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언제든 고용주가 해고를 할 수있기 때문에 사실상 노조가 힘을 행사하기 힘든 구조인 것이죠
상담 마지막에 상담원 선생님께 "민노총에서 5인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권리를 일해서도 힘을 많이 써주세요"라고 말하는거 밖에
제가 할수있는것이 없었습니다.

제가 법에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법의 가장 중요한 가치중의 하나가 '평등'이라고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5인미만 사업장에서 근로기준법은 평등과는 거리가 한참 멀어보입니다.
고용주에게는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근로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것이 현행 근로기준법입니다.
5인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서 법으로 차별을 두는건가요?

노동자에게 계급이 있다면 정규직-비정규직(계약직)-5인미만사업장 노동자 인것 같습니다.
5인미만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니고
조금 비하해서 말하면 고용주의 노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근로기준법이 5인미만사업장에 대한 예외규정을 둔다는 것의 취지는 알겠습니다.
영세한 사업장이 많기 때문에 그렇겠죠. 그런데 한해 매출이 10억이나 되는 회사에까지 이렇게해야 하나요?
도저히 납득할 수없습니다.

매체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봅니다
이 사회가 그러한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대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구요..
그런데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철저히 주변부에 있는것 같습니다
아예 논의조차 되고 있는것 같지도 않고요....
어느 정치인, 정당, 단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하는걸 본적이 업는거 같습니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저는 이 문제에 대해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할 생각입니다
해결책은 근로기준법의 근로자수에 상관없는 모든사업의 균등한 적용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새누리당이 그것에 대한 의지가 있다고하면 저는 새누리당을 지지할겁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걸 잘알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법은 국민 모두에게 평등해야 합니다.
그러기에 모든 근로기준법의 조항이 5인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오늘의 유머' 시사게시판에도 올렸던 글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humorbest&no=1195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