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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공감

저번주 토~일 대구 갔었음

쨉실하게? 대구 한 번 간걸로 두 번 포스팅한다. 모든 여행이 그러하듯 이번 여행도 나에게 많은 경험을 제공해 준다. "걍 싸돌아 다닌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싸돌아 다니는게 다 여행아닌가?ㅋㅋㅋ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대구에 간 가장 큰 목적은 학교 동기놈 결혼식 때문이다. 예전엔 결혼하는 친구들 보면 부러웠는데 이젠 걍 그러려니한다...... ㅠㅠ 일단 난 연애부터!!




결혼식을 마치고 학교동아리 후배를 만나서 영화를 본후 중앙로 구경을 했는데 이 곳에서 대구의 보수적인 성향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시내 거리가 온통 W.C.C.(World Council of Churches,세계교회협의회)반대 서명운동 부스로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코너를 돌때마다 아래와 같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서명운동을 하는 아줌마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들이 서명운동하며 내세우는 논리는 단 두가지였다. ①우리 자녀가 동성애를 배우게 되고, ②WCC가 공산군 게릴라를 지원하기 때문에 무조건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논리적으로 접근을 하니 짜증을 내며 자신은 자세한건 모르니 난 자신의 자녀가 동성애가 되는건 싫다며 궁금하면 전단지의 사이트를 찾아가보고, 서명을 많이 받아야 하니 안 할 거면 가라는 것이었다. 옆에 있는 정장을 입은 젊은 남성분과도 대화를 나누었는데, 대화가 조금 깊어지니 대화를 끊으며 전단지에 나와있는 웹사이트 주소로 들어가면 자세한건 알 수 있다고 회피하려 하는 것이었다. 그의 그러한 태도의 이유는 두 가지 중의 하나일 것이렸다.. 아마 그도 아줌마처럼 잘 모르고 있거나, 나를 설득하기에는 자신의 논리가 빈약했음을 깨달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로써는 WCC자체에 대한 논의를 하기에 앞서 서명운동을 하는 저들의 태도가 너무나도 불쾌했다.  대학생들로 보이는 듯한 젊은 친구들도 감정에만 호소하며 서명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많은 행인들이 감정의 호소에만 이끌려 정확한 내용에 대한 판단없이 서명을 하는 모습에 한 번 더 안타까움이 들었다.



대구 중앙로에는 이곳이 4.19혁명의 진원지임을 알리는 기념비가 도로옆 인도에 세워져 있다. 



가로등에는 4.19운동의 도화선이 된 2.28민주운동 기념행사와 기념회관 개관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다. 

이것을 보며 집권여당의 텃밭이며 독재자의 딸에게 몰표를 행사한 대구가 과연 4.19와 2.28의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후배와 헤어진 후 향한 곳은 대구에 계시는 이전에 다니던 교회에 전도사님으로 계셨던 목사님댁이다. 이 분은 20대의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력을 준 사람중의 한 분이시다. 오랜만에 만나는 나에게 머리를 뉘일 수 있는 방을 내주신것도 모자라 토요일 저녁, 일요일 아침을 따뜻하게 대접해 주셨다. 목사님과 사모님과 장미차를 먹으며 시간가는 것도 모르고 밤이 깊어갈때까지 대화를 나누었다. 


택시 안에서 목사님 애들과 찰칵~!


 

목사님이 섬기는 교회에서 나온 점심 메뉴는 무려 피자와 통닭~! 항상 이런건 아니고 국가고시 합격한 두 분이 쏘시는 거라고 한다ㅋㅋ(원래 메뉴는 국수) 타이밍 잘 맞춰서 왔넴 ^0^



사진상에서 오른쪽에 계시는 분이 나의 은사되시는 목사님, 왼쪽에 계시는 분은 같이 섬기시는 목사님. 두 분은 학교,학과 동기이시며 나의 선배님이시기도 하다 ㅋㅋ



맛집탐방은 내가 하는 여행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TV에서 본 콩국맛집이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한 사바리 섭취했다. 들어간 것이라곤 밀가루튀김, 콩국물, 으깬 땅콩에 설탕 간이 전부였는데 콩으로 만든 음식에서 느끼기 힘든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다. TV에서 밝힌 이 집의 비결은 국산콩만을 사용하고 아무것도 첨가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대구에 가면 꼭 한 번 먹어보길!!


뒷모습이 보이는 빨간색 상의를 입으신 분이 텔레비에 나온 이 집 사장님~ㅎ 



일정을 마치고 기차를 타기 위해서 간 동대구역전에서 기타치며 노래하는 스님을 볼 수 있었다. 교회에서 나와서 기타치며 노래부르는 모습은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스님의 이런 모습은 색다르게 느껴졌다.(스님이 부르시는 노래는 불가가 아니라 가요였음)




 

여러가지 요소가 여행의 묘미가 될 수 있고, 여행을 함에 있어서 가치를 어느 곳에 두느냐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여행의 가장 큰 묘미는 '만남'이다. 결혼식의 주인공들, 아픈 다리를 이끌고 흔쾌히 만나 영화를 보여준 후배, 생각거리를 만들어 준 WCC서명운동 하시는 사람들, 나의 은사님과 가족들, 예배를 드린 교회식구들,  텔레비에서 보았던 제일콩국집 주인 아주머니, 기타치는 멋진 스님... 계획없이 돌아다닌 1박2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만남들로 인해서 풍성했던 여행이었다. 대구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친 후 입석표 밖에 남아있지 않았던 많은 승객들로 인해 발 디딜 곳 조차 여의치 않았던 서울행 무궁화호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