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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공감/떠난이에 대한 기록

아버지, 그는 왜 혼자가 되었을까....

작년 봄이었나?? 집앞 평상에 앉아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다. 그때도 아버지는 술에 취해있지만 그남 정신이 있었던것 같다. 그때 나눈 아버지와의 대화가 아마도 부자간의 가장 진솔한 대화였던것 같다. 그때 들은 이야기와 주변 가족들의 이야기를 근거삼아 아버지가 왜 마지막에 그렇게 혼자 되셨는지 보자..

 

 아버지는 어린시절에 할머니의 부재를 겪었다. 할머니가 떠나셨고 아버지는 할머니 찾아 서울을 가기도 하고 이모할머니 집에 자주가서 친척들의 눈칫밥을 먹기도 했다. 어릴때 부터 어머니의 부재를 겪었던것, 분명히 아버지가 많은 외로움을 타는데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정말 사이가 안 좋았다. 아마 내가 본 할머니-할아버지 부부들사이에서 가장 안 좋았을 것이다. 손자들 보는데서 주먹다짐을 하시고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헐뜯기 바빴으니 말 다한거 아니겠는가. 할아버지는 작은할머니와 오랫동안 사시기도 했고(우리는 '문현동할머니'라고 불렀다) 할머니도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야 가족들곁에 오기도 한적이 있기도했다. 아버지가 부모님에게 받은 상처도 굉장히 컸을 것이다.

 

 아버지는 정의감이 넘치시는 분이다. 그러한 아버지의 성격을 반영하는, 아버지에게서 들은 에피소드가 있다. 그때 당시 아버지는 병원 엠뷸런스 운전을 하고 계셨는데, 어느날 환자를 싣고 병원에 가니 병원에서는 그 환자를 다른데 보내라고 했단다. 그런 환자는 돈이 안된다고... 그래서 그곳을 때려치우셨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회가 어떤가... 어디 안 썩은데가 있기나 한가? 아버지는 어디를 가서나 그러한 꼴을 눈뜨고 보지 못했을 것이다. 여리고 정의감 넘쳐서 그로 인해서 받은 상처가 많았을 것이다.

 

이 사회도 아버지를 그렇게 이상하게 만드는데 한몫했다. 아버지가 술을 마시면 제일 많이 입에 오르내린 인물이 전두환과 박정희이다. 밤새도록 전두환 개새끼 박정희 개새끼를 외치신다.. 그리고 술 안마셨을때 제일 많이 입에 올리는 이름이 이홍록변호사가 첫번째요 두번째는 노무현이었다. 정치에 아버지는 관심이 많으셨고, 그로인해 지인들에게 빈정거림을 당하기도 했으며 김영삼의 3당합당에 빡쳐서 민주당 입당을 하시기도 했다. 상식이 무너진 우리사회, 아버지는 그 속에서 많은 좌절감을 느꼈다.

 

 아버지는 두 번의 이혼을 겪으셨다. 내가 7살때, 그리고 작년... 약20년의 텀을 두고 그러한 일을 겪으셨다. 아버지는 우리 어머니와 헤어지시고 어머니를 찾으러 서울에 갔는데 어머니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것을 보셨다는 이야기를 했다. 새어머니도 아버지의 술주정 때문에 몇번을 나갔을 것이다. 그럴때마다 아버지는 가시고... 우리를 할머니곁에 놔둬놓고 두분이서 서울에 몇달을 살았던 적도 있다. 평상에서 새어머니를 성토하며 "내가 자식까지 버렸는데..."라고 하셨었다. 그만큼 아버지는 감정적이고 불안한 정서를 가지고 계셨던 분이다. 휴....

 

 자식들... 자식들에게서 가장 큰 소외감을 느끼셨을 아버지다... 내가 너무 잘 안다. 그때문에 나도 너무 아프다.

 

여러가지 상황들 속에서 아버지는 술을 배우셨고 그것이 다른 사회적 요인들이 아버지를 멀리하게 만드는 단초를 제공했고 말문이 막히는 아버지는 또 술을 마시고... 악순환의 고리가 그렇게 계속된거였다.

 

아버지가 나에게 제일 많이 하신 말씀이 "어른이 된다는건 외로워지는거다"이다. 아버지 돌아가신 지금, 너무 외롭다. 아버지는 나보다 더 큰  상상할 수없는 외로움속에서 떠나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