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공감/노동자일기

[노동자일기] 3. 사장의 인격 확인 사건

 여기서 10년 가까이 일하신 김과장님, 김과장님은 이곳에서 정말 열심히 일하신다. 아침에 항상 제일 일찍 오셔서 퇴근때는 문단속까지 하시고 다닌다. 일하면서 지각하는 것을 본적이 한번도 없으며 자신의 일을 아랫사람인 나한테 미루는 법도 없다. '저런 직원을 둔 사장은 정말 좋겠다'라는 생각을 자주한다.

 

 그런데 김과장님의 모습중에 한가지 맘에 안드는 점이 있다. 사장 험담을 많이 하는 것이다.(물론 나중에 나도 함께 동참했다) 나도 사장이 그렇게 맘에 들었던건 아니었지만 그렇게까지 욕을 얻어먹을 인격을 가진 사람은 아닌것 같았는데,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남을 욕하는걸 한번도 본적이 없었는데 왜 유독 사장 욕을 그렇게 하루에 한두바가지씩 할까? 그러다가 사장의 인격을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어느날 일어났다.


 완제품 조립에 앞서서 부품을 조립하고 있었다. 우리회사의 제품은 규격화나 정확히 되어있지 않다. 같은 종류의 부품이라도 어떤 부품은 잘 동작하고 어떤 부품은 '끼익끼익'하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조립을 한 뒤에 테스트를 해보는데 부품이 말썽이다.. 뭐, 특별한 일은 아니다. 그냥 교체하면 그만이다.


 사장이 없어도 잘 돌아가는 작업장인데 그날은 사장이 작업장에서 깔짝깔짝된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에게 지X을 하는 것이다. 그 부품이 말썽이었다. 앞서 말했지만 그냥 교체하면 그만이다. 아직 테스트하지 않은 제품을 사장이 만져보면서 말했다


"이거 도대체 왜 이런거야?"

 

"아, 교체하면 됩니다."

라며 말하면서 부품을 교체하기 위해서 부품이 쌓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뒤에서 사장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야! 너 뭐랬어?"

"(아이! 깜짝이야) 아니, 별말 안 했습니다"

"사장이 말이야.. 무슨 말을 하면 딱 들어야지! 어? 느그들끼리는(직원들끼리는) 좀 그래도 어른이 말을 하면 상명하복을 해야 될거아냐?"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란 말이냐.. 내가 말 안들은건 뭐가 있으며 맥락 상관없이 저 지랄을 떠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씨부럴...


 그때부터였던것 같다.. 나도 역시 김과장님 편이 되어서 뒤에서 사장을 신나게 씹어대기 시작했던 시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