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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공감/노동자일기

[노동자일기] 4. 사장은 3만원이 아깝고 노동자는 3만원이 아쉽다

3개월간의 수습기간이 근무조건에 있었다. 물론 구두였다. 손으로 적은건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알아서 챙겨줄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그냥 있기로 했다. 알아서 챙겨주겠지... ㅎㅎㅎ

 내가 일을 한지 3개월이 지난 어느 시점에 사장이 나를 호출했다. 이건 수습기간 이후의 연봉협상을 위한 호출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렇다.

 

 "윤기사, 내가 너를 지켜보니까 일은 보통으로 하는데 성실하고, 오래 같이 일하고 싶다"

 

'일은 보통으로 하는데'라는 말이 심하게 걸렸지만 그래도 성실하다는 말에, 오래 같이 일하고 싶다는 말에 여기서 일하면 굶어죽지 않겠다는 어떤 소박한 믿음이 생겼다.


"원래 3개월지나면 월급을 제대로 주기로 했는데 월급을 이 시점에서 올려줄게"

"얼마나?"

"원래 얼마라고 보고 왔어?"

"연봉 2200이라고 보고왔습니다."

"그래? 그럼 한달에 얼마지?"


계산기를 두드려본 뒤 사장이 이야기한다


"그정도로는 못 주겠는데..."

"한달에 180이상은 받아야 할것 같습니다."

"좋다, 그렇게 해줄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장은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나에게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의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월급날이 되었다.

'월급180만원'내 머리속에는 당연히 이번달 월급은 180만원이라고 박혀있었다.

그런데 사장이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못준다"


황당해서 항명했다.


"분명히 180만원 주신다고 했습니다."

"아니다 나는 그렇게 준다고 말한적 없다."


그렇게 작은 실랑이를 벌이다가 책정된 나의 월급 약 177만원

정확히는 1년연봉 2300만원이다. 2300만원을 13개월로 나누고 나니 한달에 약 177만원이 되더라....

왜 13개월로 나누냐고? 1개월은 퇴직금이란다.. .사장말에 의하면


3만원... 1년이면 36만원... 사장에게는 이 돈이 그렇게나 아까웠을가? 나에게는 그렇게나 아쉬운 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