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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공감

불편했던 하루-신학생의 노마드신자 일기(4)

 저번주 토요일, 다음날이 교회가는 날인데도 밤이 될때까지 출석할 교회를 정하지 못했던 나는 규모가 작은 교회임에도  교회성도들의 대부분이 청년들이며, 청년들 위주로 교회를 운영한다는 지인이 다니는 한 교회가 생각이나 지인과 연락을 해서 그 곳에서 예배를 보기로 마음 먹었다. 


 지인의 안내에 따라 교회에 들어섰는데, 번지르르한 교회건물을 가진 여느 교회와 달리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교회었다. 작은규모의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서인지 방석을 깔고 앉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그 공간에서 교인들이 예배를 드리고, 식사를 하고, 소그룹모임까지 이루어졌다. 학생들부터 어른들까지 함께 모여 한 자리에서 한 목소리로 찬양을 드리고, 많은 교제와 풍성한 나눔이 있어서 너무나도 좋았다.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들을 자신들이 먼저 섬기려고 하고 자발적으로 봉사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더군다나 내가 작년까지 다닌 교회는 교회의 식단이 많이 부실해서 일요일 점심은 거의 굶다시피 했었는데, 이 곳은 점심식사도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 또한 학사를 운영하여 학교가 집에서 원거리에 있거나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있었다. 또 한가지 인상깊었던 점이 예배시간 전에는 창문에 탈착용 방음장치를 설치해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함으로써 교회주변의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놓은 점이었다.

 지인은 그 날 무슨 시험을 치는 날이라고 했는데, 리더(?)로 설 수 있는 자격을 주는 시험을 친다고 하였다. 교회에 봉사하기 위해서 휴학도 하는 사람도 있고....비교적 짧은 시간(개척한지 10년)만에 많은 젊은이들이 모이고 숫적으로 성장한 것에 대한 궁금증이 많이 들었는데, 이러한 체계 잡힌 모습을 보면서 의문점이 어느 정도 풀렸다. 나는 기독교에서 행해지는 기도, 예배, 말씀으로 인한 하나님의 능력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체계적인 시스템이 이 교회가 숫적으로 성장하는 것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았다.


 교인들간의 풍성한 나눔, 무언가 느껴지는 찬양시간, 모임 이후의 축구시합, 성도들의 자발적인 봉사등 이 곳에 있으면서 좋은 시간을 많이 가졌지만 그에 못지않게 불편한 마음도 많이 있었다. 

 

 오전예배 시간에 '거룩함'에 대해서 설교를 했는데, 음란물을 보는 사람이나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무조건적인 죄인으로 규정짓는 듯한 말을 많이 하시는 것이었다. 음란물이야 그것이 가지는 중독성이나 왜곡된 성의식의 고착화등 부작용에 대해서 많이 공감하기 때문에 불편한 마음 가운데에서도 이해하며 납득할 수 있었지만 음주에 대해서 금기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웠다. 음주를 금기시하는 교회의 분위기는 또래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순모임 시간에까지 계속 되었다. 우리는 술자리에서 한 잔, 한 모금의 술이라도 처음부터 거절해야 한다는 것이그들의 이야기였다. 우리나라 교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렇고 특히나 이번 교회는 보수적인 색채를 가진 교회이기 때문에 이해는 가긴 하지만 그러한 사람들을 무조건 죄인취급하고 그러한 행위를 무조건적으로 죄로 규정짓는 것은... 기독교세계관으로 바라보아도, 상식적으로 바라보아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근데 나도 몇년전까지는 이러한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기독교인이었으니 머라 할 말은 없지만....ㅎㅎㅎ 나는 금주를 하던 나에게 한 번 묻고 싶다. "네가 술을 거부함으로써 얻은 것이 무엇이 있니?"라고... 과거의 나는 이 세상속에서의 '거룩함','구별됨'등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러한 질문을 오늘날의 교회와 개개인의 신앙인들에게 똑같이 던지고 싶다. 과거의 나와 똑같은 대답을 하겠지..."우리는 무조건 금주함으로써 세상속에서 거룩해야 되고 구별되어야 됩니다~~!!!"라고.....

 

 예배를 다 마친 뒤 축구를 하러 가는 차안에서 교인들과 보낸 시간은 너무나도 불편한 마음에 앉아 있기조차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동성애자들을 더럽다고 비난하는 것이다. 그들은 아주 얕은 성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고, 부풀려진(자신이 부풀렸든, 부풀려진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것이든)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이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시각 그 자체와 그들이 알고있는 잘못된 내용이 내가 그들과 한 공간에 있는 것을 너무나도 불편하게 했다. 불편함 가운데에서 차안에서 계속해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데 전도사라고 하시는 분이 마지막에 나를 그로기상태로 몰아넣었다. "홍석천은 그냥 자신이 잘못 살았다고 고백하고 죽어버려야 해" 너무나도 불편해서 그냥 내려달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옆에 앉은 지인 때문에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목회자를 꿈꾼다는 사람이..기독교교리에 의하면 그도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사람일 터인데, 한 사람에 대해서 죽어야 되는 사람이라고 규정짓다니..... 도무지 나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후에도 나를 불편하게 하는 대화는 계속 되었다. 지나가는 교회를 바라보며 "저기는 나이든 사람들만 많으니 성장학적으로 죽은 교회"라는둥....진짜 죽빵이라도 한 대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후에 판자촌에 혼자사는 고등학생에게 교회에서 숙식이 제공되게 하기 위해서 힘쓰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조금 풀리긴 했지만 이미 나의 눈에는 '저놈은 나쁜놈'이라는 안경이 씌여진 뒤였다.


 이 교회는 내 또래의 젊은이들이 열심히 섬기는 모습, 새로온 사람에 대한 관심표현, 열정과 기쁨이 있어 보이는 교회 분위기등이 나의 호감을 사기도 했지만 적어도 그 날 하루 만큼은 가시방석에 앉은 듯한 불편함을 느꼈던 하루였다. 

 한편으론 교회나 기독교인이 건강한 세계관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느꼈던 하루이기도 했다. 물론 나의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