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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공감

무작정 찾아간 한 작은 교회-신학생의 노마드신자 체험기

 2013년을 맞이한 이후 (한살이 먹었다는게 실감이 안 나노;;;) 3번째 주일에 찾아갖 교회는 옆동네에 있는 자그마한 미자립교회였다. 무조건 작은 교회를 가자는 생각을 하고 처음엔 집근처에 있는 작은 교회를 찾아가려고 했으나 그새 교회가 사라져 버려 한참을 걸은 후에 내가 이번주에 가기로 마음먹은 조건에 부합한 교회를 찾을 수 있었다.

 

교회는 보통 11시에 오전예배를 시작하는데, 교회를 찾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해서 시간은 이미 1115분정도 되어 있었기에 이미 예배가 시작중이었다. 찬송가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문을 여니 몇평 남짓한 공간에 4명의 성도가 앉아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4명중의 1명은 순수한 교회성도였고, 담임목사님의 자녀 둘과 사모님이 예배를 드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정말 내가 정한 조건에 부합한 교회였던 것이다.

예배가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약간 눈치를 본 후 나는 자리에 앉았고, 예배의 분위기 자체 보다는 목사님의 설교에 맞추어 예배를 드렸다(교만한 자의 모습이여ㅠㅠ) 목사님은 진화론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고, 인간에게 세상을 향한 하나님이 주신 통치권이 있다고 하시고, 세상에 속해 있는 자들을 교회로 인도해야 한다는 등 대단히 근본주의적인 사상을 가지고 계시는 듯했다. 이러한 근본주의적인 내용의 설교 때문에 조금은 불편한 마음이 들었고, 목사님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이 들어 예배를 드리는 내내 많이  많이 불편했다.

 

예배를 마친 후 강단에서 내려온 목사님을 본 후 조금은 놀랐다. 한쪽발을 제대로 못 쓰시는 장애인이셨던 것이다. 그렇게 눈에 띄는 장애를 가진 목회자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놀랐던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예배 후에 목사님 가족들과 나눈 식탁위의 교제는 나에게 행복함을 안겨 주었다. 이전에 다니던 교회에서는 평신도 사역들과 많은 모임들 때문에 주일 점심시간에 성도들간의 제대로된 식탁의 교제를 나누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담임목사와 한 식탁에서 밥을 먹는 다는 것이 대형화되고 구조화된 교회에서는 더욱더 힘든 일이다. "신자들이 교회에서 하고 있는 수 많은 일들과 많은 직분들, 양적으로 팽창한 교회의 구조가 과연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들인가?"라는 생각을 들게끔 하는 시간이었다. 성경에도 예수님이 제자들과 나누었던 만찬, 식탁의 교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초대교회의 모습 등을 묘사 되는데 , "성경도 음식을 나누며 교제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다"라고 해석하고 싶다.

 

그분들과 여러대화를 나누는 중에 나는 아까 내가 예배중에 가졌던 목사님에 대한 무조건적 비판적생각이 어느정도는 나의 미성숙함에 기인한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근본주의적인 사상을 가진 사람들은 보수적이고 고지식하고, 편협한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분은 꽤 많이(어쩌면 나보다 더)열린 생각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이다. 근본적주의적인 성향은 재차 확인할 수 있었지만, 나는 교회내에서 신학적 논쟁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과, 사대강 사업에 대한 신랄한 비판, 정치참여 강조, 대형교회에 대한 비판, 대통령 당선자의 도덕성에 대한 비판, 이근안을 안수한 교단의 과오에 대한 지적, 김태촌을 칭송하는 신자들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보수적인 자신이 속한 교단과 교파내에서 목소리 높여 주장할때 다른 목사들로부터 받은 소외감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누구보다 깨어있고 보수적인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분처럼 느껴졌다.

 

이 교회의 성도수가 이렇게 가족들 포함해서 5~6명으로 줄어든 배경에 대한 이야기도 잠시 해주셨는데, 성도들간의 다툼으로 인해서 성도들을 목사님 스스로 내보냈다고 하셨다. 성도들을 내쳤다는 것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성도 한사람 한사람을 돈으로 보는 상업주의적인 마인드를 가졌다면 할 수 없는 행동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담임 목회자는 성도수에 많이 연연해 한다. 그러기에 그런 목회자들 같았으면 교회내에서 문제가 일어났을 때 쉬쉬하고 넘어가 성도수를 유지하는데 혈안이 될 것이다. 나에게 자신의 교회에 계속적으로 출석하라고 이야기 하지 않는 부분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역설적으로 다른 교회와 달리 출석을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주일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나는 성도에게 출석을 강요하는 교회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목회자들이 설교만 잘하면 장땡이다. 그런데 '잘하는 설교'란 것이 정말 웃기다. 신앙생활만 잘하면 하나님이 복을 준다, 기도많이 하면 물질을 채워준다, 앞길이 형통하다, 세상은 무조건 악하기 때문에 교회활동을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 전도를 무조건 많이 해야 한다등등.... 종교의 본질에 반하는 내용에 대한 설교를 하면 좋은 설교가 되는 아이러니한 집단이 교회가 되어버린 사회에 살고 있다. 사실 어제 예배를 드린 교회에서 부정적인 것들도 많이 느꼈었다. 하지만 포스팅이 긍정적인 면을 많이 드러내는 쪽으로 흘러간 것 같다. 이는 번영신학을 진리로 여기는 대다수의 한국교회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자 하는 나의 심리가 이번 포스팅에 반영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