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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공감

6.4 지방선거가 나에게 남긴것들

6개월간의 호주생활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교육감캠프 선거사무소에서 약2달여동안 일을 하였다. 봄에서 여름을 지나는 계절의 변화를 채 느끼지도 못한채 그렇게 바쁘게 일했다. 64, 우리후보의 승리가 확정되고, 캠프는 환호성으로 넘쳐났다. 처음 들어와본 선거캠프, 누군가는 부산에서 처음 일해보고 승리를 해본 내가 행운아라고 말한다. 나 역시그렇다. 그들과 함께 환호하고 기쁨을 누렸다. 나의 영향력이 이번 선거판에서나 우리 캠프에서도 아주 미미했었겠지만 이런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그러나 이런 기쁨 또는 뿌듯한 느낌과 함께 개운하지 않은 느낌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에 오자마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가지지 못한채 아침부터 밤까지 사무실에 틀어박혀 있어서이기 때문이거나 생각치도 못한 일로 인해서 내가 세운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된 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내 인생에서 나 자신이 얼마나 선거캠프에서 선거를 치루게 될지 모르겠지


 값진 경험을 한 것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왜인지 승리의 기쁨보다는 아쉬움을 글로 남기고 싶다.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사람들도 많을테지만 그와달리 개운하지 않은 느낌을 나누는 나 같은 사람도 분명히 필요할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 망각이 시작되려하는 시점에서 아쉬운 마음을 글로 남겨 사람들과 공유하려 한다.

 

첫째, 돈 없으면 선거도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선거를 치르는데 많은 돈이 들어가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선거캠프에서 앞에는 회계책임자, 옆에는 후원회담당자, 나 자신은 펀드와 관련된 업무를 하면서 선거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몸소 체험을 하였다. 아무리 유능하고 좋은 신념과 정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돈이 없으면 선거판에서 명함조차 내밀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교육감 후보같은 경우에는 득표율15%를 넘기면 15억의 비용이 전액 보전되지만 15억이라는 금액도 교육감선거를 치루어내기에는 빠듯한 금액이다


  신문사는 광고료로 평소보다 5배이상의 금액을 부른다. 후보를 알리는 대량문제를 보내려면 몇백이나 되는 돈이 든다. 거기에 선거연락소, 유세차량등을 빌리는데도 많은 돈이 들어간다.


  뜻있는 사람들이 후원을 통해서 도움을 주지만 이 역시도 막대한 선거자금을 모으는데는 역부족이다. 후보는 물론이거니와 캠프내의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인 손해를 감수하며 선거를 치뤄냈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선거를 가장 기다리는 집단은 선거를 이용해 돈을 버는 문자전송업체, 광고업체, 언론사, 렌트카업체들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둘째, '이기기 위한 선거'를 해야 한다는 점이 안타깝다. 

 좋은 이상과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결국에는 이겨야 한다. 이길 수 없으면 소용이 없다. 그 승리를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치뤄내야 한다. 캠프에서 받는 문자나 전화는 가뜩이나 개인정보유출 문제로 민감한 시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너무 많이 걸려오는 전화로 인해 잠도 못잘 지경이라고 항의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불편한 마음으로 내 손으로 직접 수십만건의 대랑문자를 전송한다.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도 시민들을 불편하게 한기는 마찬가지다. 자영업을 하는 한 시민은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면서도 가게앞에 내걸린 가게 간판을 가린 현수막으로 인해  2주동안 평년에 비해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졌다며 하소연한다.  이기기 위해서 대량의 문자와 ARS를 통한 전화를 돌려야 하고 수 많은 현수막들로 인해서 상인들의 영업에 방해를 주어야 한다. 물론 과민반응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성숙하지 못한 시민들의 의식문제로 넘길 수 있을까?


 캠프에서는 이기기위해서, 후보의 이름과 얼굴을 알리기 위해서 대랑문자와 전화홍보, 현수막을 내거는 것은 필수라 생각한다. 이기기위해서 이러한 시민들의 불편함 같은 것들은 잠시나마 잊어야 한다. 대의를 위해희생하는 사람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 캠프내에서 경험한건 아니지만 이 '승리'를 위해서 상식밖의 선거전략을 만들어내는 후보들도 있다.  상대방의 대한 흑색선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후보 역시도 상대방으로 부터 '종북'이니, '빨갱이'니 하는 비방을 들어왔다. 부산시장으로 당선된 한 후보는 대통령을 이용한 마케팅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시민들이 대통령을 지켜줘야 한단다. 대통령이 시장으로 출마했는지 헛갈릴 지경이다. 


 셋째, 불순한(?)의도로 선거판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선거가 막바지에 다다르니 여러곳에서 많은 전화들이 왔는데. 그 중에 하나가 "나 누군데", "나 어디어디 대표인데", "나 후보랑 잘 아는 사람인데" 하는 전화들이다. 사람들의 의도를 내가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안 좋은 일인지는 잘 알고 있지만, 내가 빼뚤어진 사람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결려오는 전화들이 반갑지는 않다.


 당선확정이 된 뒤에도 자신이 전면에 등장하기 위해서 애를 쓰는 사람들이 몇몇 보인다. 나는 캠프에서 시키는 일만 해서 캠프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어떤 사람들에 의해서 돌아갔는지 잘 알지는 못했고, 눈치가 빠른 사람은 아니지만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위해서 용을 써보는 사람들로 보인다. 배아프다... 내가 배아플 자격이 있는사람은 아니지만 배아플 자격있는 사람들은 많다. 




 선거캠프에서 일하면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써보지도 못한 엑셀작업하랴, 하루에도 몇십, 몇백통의 전화를 받으랴, 너무 많이 힘들었다. 대량문자를 보낼때는 양심의 가책을 느낀적도 있다.  앞서 말했듯이 무엇보다 내 주변사람들이 많은 고생을 한것 같다. 그렇기에 더욱 뜻깊은 승리이다.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승리해서 기쁘다. 상대후보의 도를 넘은 비방에도 이겨낸 승리기에 너무나도 값지다. 선거캠프에서 일한 경험이 흔하지 않을뿐더러 부산에서 승리를 얻어낸 경험은 더욱 흔하지 않은 경험이다.

 

 모두들 기쁨을 만끽하고 있을터인데, 사실 나는 기쁨보다는 씁쓸함이 더 큰 것 같다.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깨끗한 선거'를 치뤄내기에 사회가 많이 비성숙한것 같다. 내가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을 하는 것일까?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들 말한다. 이 사회에서 언젠가 정말 아름운 꽃이 만개하는걸 보길 소망한다. 

 선거가 끝난 시점에서 당선자를 포함한 캠프의 모든 분들과 시민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 승리는 부산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 문제를 좌시하지 않은 부산시민 모두의 승리이다. 모두들 이 사회가 참교육, 바른교육, 사람을 살리는 교육현장이 되게 하기 위해 더욱 많은 노력을 해주길 바라는 바이다.